그전에 종로 어디쯤
머리가 하얗게 센 보살이 끓여주는
국숫집이 있었어.
한그릇에 오백원
더 달라면 더 주고
없으면 그냥 먹고
그걸 온 서울이 다 알았다는 거야.
그 장사 몇십년 하다가 세상 뜨자
종로 바닥에 사리 같은 소문이 남기를
젊어 그를 버리고 간 서방이 차마 집에는 못 들어오고
어디서 배곯을까봐
평생 국수를 삶아
그 많은 사람을 먹였다는 거야.
-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창비,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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