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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내 나이 가을에 서서 / 이해인

 

 

 

 

 

 

 

 

 

 

 

 

 

 

 

 

 

    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

    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

    내 밥그릇이 가득 차서

    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

    반짝반짝 윤이 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이 바래고 향기가

    옅어 지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다른 이의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고픈 이들의 빈 소리도 들려옵니다

    목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

    이제서야 보이는, 이제서야 들리는

    내 삶의 늦은 깨달음!

    이제는 은은한 국화꽃 향기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밥그릇 보다 빈 밥그릇을 먼저 채우겠습니다

    받은 사랑 잘 키워서 풍성히 나눠 드리겠습니다

    내 나이 가을에

    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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