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는 바람이 세고 차다
동해 바닷가 모래톱 바지랑대에 걸려있는 새끼줄
명태가 바닷바람에 항거하듯
대롱대롱 매달려 흔들리고 있다
입 크게 벌리고 눈 부릅뜨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놈들
직장 생활 30년에
입 굳게 다물고 말조심하고
눈치 보느라 본 것도 못 본 체하고
연방 굽실거리는 허리를 가지셨던 장씨 아저씨
그 한을 푸시는 건지
내장 따 빼버린 명태들을 벌린 입 더 크게 벌리고
부릅뜬 눈 다시 한 번 닦고
곧은 허리 더 꼿꼿하게 세워서
한 놈 두 놈 새끼줄에 매달고 있다
내가 명태만 당하지 않았어도……
내가 명태만 당하지 않았어도……
경상도가 고향인 아저씨
명퇴와 명태 발음이 잘 안 되어서인지
애매한 명태만 물고 늘어진다
-계간 『애지』(2014년 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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