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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나라’ 없는 나라 / 이시영

 

 

 

 

 





 

 

 

 

 

 

 

 

  어디 남태평양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섬은 없을까. 

  국경도 없고 경계도 없고 

  그리하여 군대나 경찰은 더욱 없는. 

  낮에는 바다에 뛰어들어 솟구치는 물고기를 잡고 

  야자수 아래 통통한 아랫배를 드러내고 낮잠을 자며 

  이웃 섬에서 닭이 울어도 개의치 않고 

  제국의 상선들이 다가와도 꿈쩍하지 않을 거야. 

  그 대신 밤이면 주먹만 한 별들이 떠서 

  참치들이 흰 배를 뒤집으며 뛰는 

  고독한 수평선을 오래 비춰줄 거야. 

  아, 그런 ‘나라’ 없는 나라가 있다면!


                      - 시집『호야네 말』(창비,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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