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된 할머니가
호계장 칼국수 집 아주머니에게
조심조심 낮은 목소리로 넥타이 가게를 묻는다
할매, 영감님 안계시잖소
넥타이 가게는 신천에 가믄 있는데요
할매는 힘들어 못가요
다음 장에 사소
근데 누 줄라꼬예?
말하지 마라
애인 줄끼요?
어허, 말하지 말라카이
붉어진 얼굴을 감추고 할머니가
눈을 흘기며 문을 나선다
가을 하늘이 파랗다
- 시집 『새벽비』 (이웃, 2010) -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려 / 문병란 (0) | 2022.10.31 |
---|---|
시월의 마지막 밤 / 우현 (0) | 2022.10.31 |
‘나라’ 없는 나라 / 이시영 (0) | 2022.10.30 |
안부 / 정병근 (0) | 2022.10.30 |
잊고 살기로 하면야 / 나해철 (0) | 2022.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