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을 낙엽 속에 묻은 채
다른 한 발은 겨울로 가는 차가운 강물에 담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쓸쓸한 11월
그래, 11월엔
영혼이 아름다운 그대를 만나고 싶다
맑고 아름다운 영혼이 자신의 짝을 알아보는
영혼이 통하는 그대를 만나보고 싶다
겉모습이 어떻든 영혼의 빛깔이 닮은 사람
그저 멀리서 바라만 봐도
그 영혼 깊숙이 교감할 수 있는 그대를 만나고 싶다
따뜻하고 깊은 영혼이
또 하나의 따스하고 깊은 영혼을 만나
학의 두 다리처럼 적당한 거리를 가진 채
겨울의 강을 건너가는 11월의 오후,
물안개 피어나는
하얀 눈이 덮인 따뜻한 겨울 숲속으로 들고 싶다
나무의 몸이 가벼워지고
햇살이 투명하게 빛나는 11월엔
따스한 영혼이 닮은 그대를 만나고 싶다
- 전태련 - 시집 <뻥 굽는 시간> 문학의 전당,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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