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같이 자자 그랬는지
뾰로통하게 토라진 동백은
땅바닥만 내려다보고
절 아래 레지도 없는 찻집
굴뚝 모퉁이에서 오줌을 누는데
살색 브래지어 하나 울타리에 걸려 있다
저 젖가슴은 어디서 겨울을 나고 있는지
중늙은이 하나가 잔뜩 허리를 구부리고
오봉리 버스 정류장을 지나간다
나도 오리처럼 푸른 목도리를 하고
남 다 살다 간 세상을 건너간다
- 이상국 시집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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