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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쪽파의 진실 / 김도연

 

 

 

 

 

 

 

 

 

 

 

 

 

 

 

 

 

 

   쪽파를 다듬다가

   뽀얀 속살을 보며

   우리도 저런 순하고 간지러운 시절 있었는지 생각했다

   양념을 골고루 섞어가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굴리고 포개지며

   쪽파가 파김치로 거듭나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너와 나의 여정도 오랫동안

   쓰라리고 아파하며 저려지고 숨죽이며

   여기까지 도착했구나 생각했다

   시퍼런 숨, 죽이며

   붉은 양념들 온몸에 덕지덕지 바르고

   얌전히 누운 쪽파의 오른쪽과 왼쪽 자리까지 양보했다면

   서로 상처 줄 일 없었을 것을,

   이제야 실천에 옮긴다

   

   죽어야 살아나는 쪽파의 진실이

   맵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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