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잡초 / 조향미

 

 

 

 

 

 

 

 

 

 

 

 

 

 

 

   늦겨울의 누런 잔디 사이로

   보도 블록 갈라진 틈으로

   파릇파릇 고개 내밀기 시작한

   어린 쑥 씀바귀 질경이 낯익은 잡초들

   어린 시절 찧고 이개어

   소꿉놀이하던 풀포기들 바라보니

   마음은 고향에 온 듯 안온하다

   화려하게 얼굴 내민 꽃송이 하나 없이

   땅바닥에 잔잔하게 엎드린 풀들

   그냥 스쳐지나가다

   무심한 눈에는 띄지도 않다가

   문득 눈물겹게 어여쁘다

 

   어느 쓸쓸한 날

   내 삶도 저 정도는 될까

   매일은 아니고 모두에게도 아니고

   어쩌다 가끔 누군가에게 따스한 그리움 주는

   저 씀바귀 질경이만큼은 살고 있을까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역국을 끓이며 / 강학희  (0) 2023.02.25
쪽파의 진실 / 김도연  (0) 2023.02.24
겨울 초월암에 갔다가 / 이상국​  (0) 2023.02.24
세상의 모든 밥 / 허문영  (0) 2023.02.24
혼자 먹는 밥 / 김완  (0) 2023.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