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묵었나
내사 요새 통 밥맛을 모르겄다 아이가
담배 하나 도
그래도 담배맛은 안변하니 쪼개이 더 살겄제
사람이 희한하제
바다 우에서는 그리도 바다가 실터마는
바다 내음 못 맡으니 답답해 미치겄다
그래 우짜노 요래 쪼그리고 썩은 갯냄이라도 맡아야지
한 세상 짬깐인기라
열여덟에 첫 배 탔으니 벌써 오십 년이 지났따 아이가
그때가 좋았는기라
전부 손으로 해서 심은 들어찌마는
앞 바다만 나가도 맹태가 천지삐가린기라
한 배 잔뜩 풀어놓으면 그기 다 돈이였제
여펜네 주고도 한 매칠 방석집 가시나들
궁디는 두드릴 수 있었다 아이가
그라다가 그 맹태 쪼차서 북양까지 안갔더나
니 산만한 파도 못봤제
바다가 벌떡 일어나 산처럼 덮치는기라
파도가 몸에 묻으몬 그대로 칼이 박히는기라
물에 살갗이 찢어지는기라
말도 마라 죽을 고비 수 없이 넘겨따 아이가
죽은 사람 쎄삤다 아이가
어이구 우째 그 일을 했는지
인자는 천만금 준다캐도 못할끼라
못난 서방 파도 우에 띄워놓고 간 졸이다
그기 병이 되가꼬 마누라 일찍 안갔나
자슥들 다 소용 없는기라
지 잘나서 큰 줄 알제 오데 애비 에미 고생 모른다카이
한 세상이 배 위인기라
사는 기 파도 우에 미끄럼인기라
내는 고기를 쫓고 또 태풍은 내를 쪼차오고
죽을 똥 살 똥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벌써 여기 아이가
참말로 잠깐이제 잠깐인기라
이제 고마 내도 세상에서 내릴 때가 된기제
항구가 바로 코 앞이제
담배 하나 더 도고
- 시집 <이어도 주막> 애지.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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