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를 두 번이나 겪어봐서 안다
이 세상에 목숨 붙이고 사는 일보다 중요한 거 없다
잡상인으로 살며 사흘 걸러 잡혀가면서도
눈물 한 번 흘리지 않았다
잡아가는 순사도 지쳐 멀리서 호루라기 불었다
자식 놈 밥 넘어가는 소리 들으며
빈 수저로 허공을 퍼 올려 배를 채우던 엄니에게
밥은 무엇이었을까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세월,
난 늙은 엄니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눈밥을 떠먹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제 몸의 살점을 뚝 떼어내 자식들 입에 떠 넣어주는 일을
난 그저 거룩하다는 말로 포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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