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처는
살 속 깊이 흉터를 만든다
또 어떤 흉터는 돌에 박힌 그림처럼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어두운 화랑의 통로를 지나
암벽을 더듬는 내시경 벽화 앞에 멈춘다
화가가 동굴을 지나간 뒤
알타미라는 천만년을 보내고도 살아있었다
붓은 칼보다 깊다더니
통증은 도려내도 되살아났던 것이다
자라난 들소의 뿔이 칼자국을 불렀듯
쥐뿔같은 사랑도 상처로 남은
내 속을 지나간 사람 하나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시도 때도 없이 재발하는 불치의 그림 하나 얻었다
돌아와 다시 쓰린 공복을 지나 긴 잠복을 지나
모니터에 재연되는 한 폭의 후유증으로 돌아와
천만년 전의 상처를 들추는 오후 네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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