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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불면증 / 고형렬

 

 

 

 

 

 

 

 

 

 

 

 

 

 

 

    불면증은 그들만의 것인 줄 알았다

    내면의 바닥을 밝힌 빛인 줄 몰랐다

    죽음보다 깊은 잠을 청할 수 있었던

    불면의 터널을 혼자 걷게 했던 약

    때론 낙엽 위에서 나의 언어는

    약지(藥紙)를 손에 들고 무아가 되어

    나무와 잠든 채  세상을 건너갔다

    달보다 가벼운 알약을 삼키면

    향긋한 냄새를 화, 풍기는 공복 속

    굴러든 수약은 잔의 소화 속에서

    마른 의식을 탈색하고 끝을 놓는다

    백열등 속에 작은 얼굴로 가려 있던

    까마득한 숙면의 청춘이 그리운

    신인 시절의 잠든 언어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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