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사주팔자를 빨랫줄에 내다 걸었다
해가 좋아서
빨강 파랑 집게가 마음을 잡고 있으니
바람이 사나와도 바닥으로 떨어질 일 없을거야
매번 속으면서 믿음은 의외로 순진하다
오전의 주름이 잡히고
늙어가는 얼굴이 당혹스러워질 때
거울은 사방에 내걸린다
햇빛 파고드는 속도로
발의 칫수가 눈에 뜨이게 줄어든 오후에는
헐렁한 신발을 끌며
서로를 무의미하게 걸어다닌다
위태로워서 아름다운 나의 애인과,
오후의 한때는 전생으로 돌아가는 막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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