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밤 속에 누운 너에게 / 허수경

 

 

 

 

 

 

 

 

 

 

 

 

 

 

 

 

 

 

   가끔 너를 찾아 땅속으로 내려가기도 했단다

   저 침침하고도 축축한 땅속에서

   시간의 가장자리에만 머물러 있던

   너를 찾으려 했지

   땅속으로 내려갈수록

   저 뿌리들 좀 봐, 땅에는 어쩌면 저렇게도

   식물의 어머니들이 작은 신경줄처럼 설켜서

    아리따운 보석들을 빨랫줄에 걸어두는데

   저 얇은 시간의 막을 통과한

   루비나 사파이어 같은 것들이

   땅이 흘린 눈물을 받은 양 저렇게 빛나잖아

   가끔 너를 찾아 땅속으로 내려가기도 했단다

   사랑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세월 속으로

   가고 싶어서 머리를 지하수에 집어넣고

   유리처럼 선명한 두통을 다스리고 싶었지

   네 눈에 눈물이 가득할 때

   땅은 속으로 그 많은 지하수를 머금고

   얼마나 울고 싶어하나

   대양에는 저렇게 많은 물들이

   지구의 허리를 보듬고 안고 있나

   어쩌면 네가 밤 속에 누워 녹아갈 때

   물 없는 사막은 너를 향해

   서서히 걸어올지도 모르겠어

   사막이 어쩌면 너에게 말할지도 몰라

   사랑해,

   네 눈물이 지하수를 타고 올 만큼 날 사랑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