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면 나는 또
너무나 존재하고 싶어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자의로든 타의로든 관계는 정리가 된다.
지금이 딱 그런 상태다.
탄내가 모조리 빠지고
강풍이 미풍으로 변하고
파도가 잠잠해지는 걸 느낀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태연하게 지내는 것은 아니다.
오롯이 내 시점으로 눈앞에 남은 것이 이 정도인데,
머리속 마음속의 기록은 오죽할까.
하지만 여기까지 하기로 한다.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들을 털어냈으니,
자연스럽게 가까이 오는 것들을 맞이할 차례다.
커튼을 치고 창문을 활짝 연다.
지천에 장맛비 냄새가 깔려 있다.
다시 한 번 말해본다.
실로 평온한 날들이다.
드디어 내가 나에게
그토록 전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나는 나를 아끼고 사랑해, 건강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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