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마세요
가을입니다
애틋하게 매달린 나뭇잎 하나
당신의 사소한 몸짓에도 놀라 똑- 떨어지는
문은 열지 마세요
화간(和姦)하고 돌아서는 여인의 볼처럼
부끄럼 모르고 타오르는 갈잎들
오늘은 제발 창 너머로만 만족하세요
가을 비 서럽다고 본능으로만, 본능으로만
훌러덩, 바닥에 드러눕는데
막차도 아쉬워 5분쯤, 5분쯤을 기약하는데
이 땅에서 5분만 더 머무르세요
그러나
바람보다 먼저, 사랑보다 먼저 떠나세요
미련 끈 놓지 못해
미련하게 손짓하는 추억의 5분 시간대 위로
아뿔싸,
건강치 못한 내 눈물이
당신의 건강한 발목을 걸었군요
그래요
아직은 가을입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에는 / 강인호 (0) | 2023.09.21 |
---|---|
익는 술 / 이성부 (0) | 2023.09.21 |
나는 가끔 / 박보화 (0) | 2023.09.20 |
가을비 내린다고 / 윤보영 (0) | 2023.09.20 |
초가을 / 김용택 (0) | 2023.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