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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너라는 오지 / 조영란

 

 

 

 

 

 

 

 

 

 

 

 

 

 

 

 

 

   너를 벗어나고도

   나의 서사는 아직 네 속에 있었으므로 

   잡히지 않는 맥락을 찾아

   백날을 소모하고도 알 수 없는 너는 ​

   단숨에 도착하기 힘든 세상

   권태를 모르는 신이 만든 종교와도 같이

   비밀처럼 깊은 곳에 있다, 다만 있다 

   "더 가야 해?"

   거의 다 왔어!" 

   거의란 얼마나 가까운 거리일까

   눈대중으로 거리를 짐작하다 또박또박 외로워지는 사이 

   어떤 결말도 없이

   행간에 사로잡힌 기다림으로

   너라는 오지를 잠깐 들썩이게 할 수 있다면

   부리 잘린 새들의 고백을 들을 수 있을까 

   아무도 밟은 적 없는 페이지,

   이따금 아름다웠으나 종종 쓸모없이 잊히기도 하는

   온갖 잡풀을 걷어내기 시작하면

   잠깐 깨어나는 세계 

   생략되지 않는 슬픔만이 긴 문장이 되어

   밤새 이리저리 펜 끝을 끌고 가는 

   너라는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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