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벗어나고도
나의 서사는 아직 네 속에 있었으므로
잡히지 않는 맥락을 찾아
백날을 소모하고도 알 수 없는 너는
단숨에 도착하기 힘든 세상
권태를 모르는 신이 만든 종교와도 같이
비밀처럼 깊은 곳에 있다, 다만 있다
"더 가야 해?"
거의 다 왔어!"
거의란 얼마나 가까운 거리일까
눈대중으로 거리를 짐작하다 또박또박 외로워지는 사이
어떤 결말도 없이
행간에 사로잡힌 기다림으로
너라는 오지를 잠깐 들썩이게 할 수 있다면
부리 잘린 새들의 고백을 들을 수 있을까
아무도 밟은 적 없는 페이지,
이따금 아름다웠으나 종종 쓸모없이 잊히기도 하는
온갖 잡풀을 걷어내기 시작하면
잠깐 깨어나는 세계
생략되지 않는 슬픔만이 긴 문장이 되어
밤새 이리저리 펜 끝을 끌고 가는
너라는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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