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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부뚜막 / 김여정

 

 

 

 

 

 

 

 

 

 

 

 

 

 

 

 

 

 

 

 

 

   우리집 정지의 부뚜막은

   어머니 평생의 제단(祭壇)이었다

   날이면 날마다 미명의 새벽

   하얀 사기사발에 정화수 떠

   어머니의 심장 불타는 꽃잎 띄워 놓고

   식구들의 하루의 안녕과 성취를 비는

   발원(發願)의 제단이었다.

   뜸이 잘 든 ​밥솥에서

   한 그릇 한 그릇 식구들 수대로

   정성스레 밥을 퍼담는 어머니의 손길에서

   더운 사랑의 김이 모락모락 피워올라

   우리집 아침이 환하게 밥상에 오르고

   온 집안에 비둘기 떼 은빛으로

   가득 날아올랐다

 

   고향집 부뚜막은

   하이얀 앞치마를 두른 어머니가 계신

   나의 추억의 거울

   나의 그리움의 연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