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삶을 정리할 시간이 없이
홀연히 떠나는 게 더 좋은지도 몰라요
당신이 그랬듯이.
뒤에 남아
그것들을 정리해야 하는
사람들의 슬픔도 있겠지만,
정리하고 정리하고 정리해도
어디 우리 삶이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가 되나요.
그럴 바엔 손때 묻은 물건들,
늘 입던 옷가지,
함께 찍었던 사진,
소중하게 간직했던 컴퓨터 파일,
침대맡에 놓은 책,
연락처와 일정이 남아있는 휴대전화도
그냥 남겨놓고 가는 거지요.
그것들을 정리하는 일은
남겨진 사람들에겐 고통이겠지만,
떠나기 전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해서
어차피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속 슬픔까지
정리해주고 떠날 순 없잖아요.
남겨진 사람들이
남겨진 물건들을 정리하며
슬픔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은지 몰라요.
그러니 안타까워 말아요.
아쉬워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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