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 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보지 못 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린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 놓은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풋감이 발그레
홍시가 되는 것도 이 때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삼백 년 동안 내달려온 신랑의
엄지발가락이 오늘쯤
신부의 종아리에 닿았는지도
바람의 매파가 유명해진 건
이들 때문이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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