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에서 나는 잔챙이라 불린다
한 때는 반짝이는 물결무늬 옷을 해 입고
힘차게 피도는 넘는 꿈을 꾸기도 했지만
덩치가 산 만한 고래를 보고 이내 기가 죽었다
그나마 고만고만한 동류들이 있어
견디고 있는 중이다
물속 세상에서 거센 해류를 거슬러 오르는 것은
살아있음을 증명해 내는 일
식탁에 오르기 전까지 온몸의 근육을 키워
뼈대 있는 존재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기를
그 한 가닥 희망을 안고
물속에서 스스로 소실점이 되는 生
아무리 발버둥 쳐도
끝끝내 고래가 되지 못하는 내가 살아남는 법은
속으로 스며들어 깊은 맛을 내는
종족으로 이름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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