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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멸치의 꿈 / 남상진

 

 

 

 

 

 

 

 

 

 

 

 

 

 

 

 

 

 

 

   이 바닥에서 나는 잔챙이라 불린다

   한 때는 반짝이는 물결무늬 옷을 해 입고

   힘차게 피도는 넘는 꿈을 꾸기도 했지만

   덩치가 산 만한 고래를 보고 이내 기가 죽었다

   그나마 고만고만한 동류들이 있어

   견디고 있는 중이다

 

   물속 세상에서 거센 해류를 거슬러 오르는 것은 

   살아있음을 증명해 내는 일

   식탁에 오르기 전까지 온몸의 근육을 키워

   뼈대 있는 존재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기를

 

   그 한 가닥 희망을 안고

   물속에서 스스로 소실점이 되는 生

 

   아무리 발버둥 쳐도 

   끝끝내 고래가 되지 못하는 내가 살아남는 법은

   속으로 스며들어 깊은 맛을 내는

   종족으로 이름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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