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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섣달 그믐 / 김은경

 

 

 

 

 

 

 

 

 

 

 

 

 

 

 

 

 

 

 

 

 

 

 

 

 

 

  오래 전

  붉은 그믐의 밤이 반죽한 한 몸이 있었는데

  무딘 칼 한 자루에도

  마음 곧잘 내어 주던 착한 영혼이 있었는데

 

  잠깐의 목멤이 없지는 않았으나

  모르는 척 식당에 혼자 앉아

  팥칼국수를 먹는 저녁

  내가 미처 음복 못하고 보낸

  첩첩의 고통이 긴 실타래 풀어

  마침내 나를 먹이는가

  떠난 당신이 내 앞에 앉아

  허연 국수사발 같은 눈동자로 멍하니

  나를 응시하는데

 

  살아야 한다고, 때로는 무심한 듯

  살아야 한다고

  왼손이 오른손에게 더운 손이 찬 손에게

  몸이 일부를 내어 주며

  숟가락을 내미는 시간, 핏빛의 당신을

  물 한 모금 없이 후루룩 삼키는 저녁

 

  목으로 넘어가는 이 따뜻한 어둠이

  당신의 눈물인 듯 간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