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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위험한 부력浮力/ 마경덕

 

 

 

 

 

 

 

 

 

 

 

 

 

 

 

 

 

 

   횟집 간판에 철썩, 파도가 친다

   속초 앞바다가 꼬리를 털며 뛰어오른다

   싱싱한 간판 아래

   동해횟집 수족관이 기울고 있다

   수면에 떠다니는 우럭 한 마리

   줄곧 물방울을 뿜어내는 산소기는 숨이 가쁘다

   물에 누워도 바닥에 닿지 않는 가벼움

   쓸모없는 부력과 부레가

   달싹거리는 아가미를 붙잡고 있디

   수족관 밑바닥에 엎드린 넙치들은 복지부동이다

   바닥의 법칙을 온전히 이해한 것들은

   떠오르는 몸을 누르고 누르며 살아간다

   한때 왁자했던 먹자골목

   가라앉은 경기景氣는 언제 뜨나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에 불황의 바람이 펄럭인다

   부력을 잃은 썰렁한 의자들이 빈자리를 지킨다

   언제 이곳에 왔는지

   주둥이 헐은 우럭이 밤새 흘린 눈물로

   수족관은 흐릿해지고

   숨이 찬 부력은 슬슬 물고기를 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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