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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눈꽃 여자 / 강해림

 

 

 

 

 

 

 

 

 

 

 

 

 

 

 

 

 

 

 

 

 

 

 

  눈꽃 완행열차를 타고 태백에 가거들랑

  눈꽃보다 순정한,

  순정 밖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그녀를 만나러 가세요

 

  영주, 봉화, 춘양, 석포, 통리

  오래 잊고 지냈던

  그리운 여자의 이름 같은 간이역처럼

  불기라곤 없지만 하룻밤 쉬었다 가도 좋을 여자, 

  피었다가는 속절없이 지는 눈꽃 같은

 

  망경사 찾아갔다가

  눈보라가 앞을 가려 도중에 하산하여

  식당에 앉아 소주 한 잔에 언 몸을 녹이는데

  마이크 소리가 귀를 찢네요

 

  식당 앞 숯불 위에는

  지글지글 삼겹살이 연기를 피워대구요

  앞마당 공터에서 여장女裝한 칠칠이

  흰 분칠에 어릿광대 같은 분장을 하고

  열창을 하네요

 

  엄동설한에 속살까지 훤히 비치는

  치마저고리 입고 '인연'이라 슬픈 노래보다

  살소름 돋은 근육이 더욱 슬프고요

  '칠칠이 전국 순회 공연단'

  몰려든 구경꾼들한테 엿을 파네요

 

  한 봉지에 이천 원

  순정을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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