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선사는
길가에 버려진 채 살이 썩어가는 문둥이 여자를
자기 방에서 보살폈다
을지로 지하계단에서
웅크린 채 떨고 있는 거지 모녀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한몸이 될 수 없다
문둥이 여자가
경허선사 곁을 떠나며
한동안 기댄 채
수줍은 미소만 지어 보였다는 불이문
을지로 지하계단을 오르내리며
숱하게 허물었다, 다시 세우는
그 불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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