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먹힌 젊은이가 두 다리 뻗고 앉아
“어머니 아버지 왜 나를 낳셨나요
한도 많은 세상길에 눈물만 흐릅니다”
노래와 통곡이 버무려지던 길
대보름날이면
깡통에 불을 넣어 돌리는 아이들이
반딧불처럼 날아다니던 길
용케 집을 찾아왔으나 골목 입구에 쓰러진
아무개 아비를 발견한 아무개 어미가
“저기 아무개 아비가 쓰러져있네” 알려주어
치마폭에 한숨을 닦은 어미가
큰 자식을 데리고 내려가
술에 먹힌 아비가 양 날개에 식솔을 걸치고
비척비척 올라오면
쌀독보다 그득한 별을 거느린 눈 밝은 달이
빙그레 웃어주던 길
가난을 등에 진 남자들의 헛기침 소리와
고물장수, 엿장수, 재첩국 장수,
찹쌀떡 메밀묵 장수들이
머리에 어깨에, 가난의 방물을 지고 흘러가던 길
숨 가쁘게 먹이 물어 나르던 어머니
돌아가신 이듬해 소방도로에 입적되어
사리하나 남기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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