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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가재미3, 아궁이의 재를 끌어내다 / 문태준

 

 

 

 

 

 

 

 

 

 

 

 

 

 

 

 

 

 

 

   그녀의 함석집 귀퉁배기에는

   늙은 고욤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방고래에 불 들어가듯 고욤나무 한 그루에

   눈보라가 며칠째 밀리며 밀리며 몰아치는 오후

   그녀는 없다,나는 그녀의 빈 집에 홀로 들어선다

   물은 얼어 끊어지고 ,숯검댕이 아궁이는 퀭하다

   저 먼나라에는 춥지 않은 그녀의

   방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집 아궁이의 재를 끌어낸다

   이 세상 저물 때 그녀는 바람벽처럼

   서럽도록 추웠으므로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식은 재를 끌어내 그녀의 불의 감각을 잊도록 하는 것

   저 먼나라에는 눈보라조차 메밀꽃처럼 따뜻한

   그녀의 방이 있는지도 모른다

   저 먼나라에서 그녀는

   오늘처럼 밖이 추운 날 방으로 들어서며

   맨 처음 맨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쓸어볼 지 모르지만 ,

   습관처럼 그럴 줄 모르지만

   이제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집 아궁이의 재를 모두 끌어낸다

   그녀는 나로부터도 자유로이 빈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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