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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간 큰 고등어 / 박민흠

 

 

 

 

 

 

 

 

 

 

 

 

 

 

 

 

 

 

  파도가 휘몰고 달아난 새벽을 보듬고 돌아와

  등 마른 나를 일으킨다.

  고향 떠난 서른 해,

  어디에도 바다는 없었다.

  마른 갯벌에 누워 푸르딩딩 온몸에 멍이 들었다.

  나는 눈을 뜨고 날마다 죽었다.

  아가미를 벌려 배창시까지 꺼내준

  간고등어 한 마리. 푸른 등에 절망의 무늬들

  유서처럼 쓰여지고 물살 휘젓던 꼬리는

  광폭의 깃발로 흔들렸다.

  어느 이름 모를 손이

  내 배를 갈라 쓰리고 아프다.

  왕소금에 절여진 숨이 짜디짜다.
  어는 밥상 머리에 나를 누이고

  외마치장단으로 날숨을 쉰다.

  이게 끝이라면, 끝이라면 너무 가혹한게 아니냐.

  사랑하는 법을 몰라 평생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
  한번도 고인 그리움을 뱉지 못했다.

  한 생 푹 삭아 내 몸이 염전이다.

  더는 빼앗길 게 없는 나는 간 큰 고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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