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봄비 / 정진규

 

 

 

 

 

 

 

 

 

 

 

 

 

 

 

 

 

 

 

   미리 젖어 있는 몸들을 아니?

   네가 이윽고 적시기 시작하면

   한 번 더 젖는 몸들을 아니?

   마지막 물끼까지 뽑아 올려 마중하는 것들

   용쓰는 것 아니?

   비 내리기 직전 가문 날 나뭇가지들 끝엔

   물방울들이 맺혀있다

   지리산 고로쇠나무들이 그걸 제일 잘 한다

   미리 젖어 있어야 더 잘 젖을 수 있다

   새들도 그걸 몸으로 알고 둥지에 스며들어

   날개를 접는다

   가지를 스치지 않는다

   그 참에 알을 품는다

 

   봄비 내린다

   저도 젖은 제 몸을 한 번 더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