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젖어 있는 몸들을 아니?
네가 이윽고 적시기 시작하면
한 번 더 젖는 몸들을 아니?
마지막 물끼까지 뽑아 올려 마중하는 것들
용쓰는 것 아니?
비 내리기 직전 가문 날 나뭇가지들 끝엔
물방울들이 맺혀있다
지리산 고로쇠나무들이 그걸 제일 잘 한다
미리 젖어 있어야 더 잘 젖을 수 있다
새들도 그걸 몸으로 알고 둥지에 스며들어
날개를 접는다
가지를 스치지 않는다
그 참에 알을 품는다
봄비 내린다
저도 젖은 제 몸을 한 번 더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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