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부자가 고기국숫집에 깃들었다
아비는 늙은 노새를 닮았다
어디서든 권위가 안 설 것 같은,
머리털이 몽당비자루 같은,
밑바닥 세월 견뎌가는 듯한,
왜소한 아비와 함께 온 두 남매가
쑥부쟁이처럼 고왔다
아비가 자식들의 그릇에
말없이 돼지고기 한 점씩 얹어주었다
나는 소싯적 찌든 아비를 얼마나 부끄러워했는가
가슴에 아리게 면도날이 서는데
서럽긴 해도 저들은 덜 아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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