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고기국숫집에서 / 김광렬

 

 

 

 

 

 

 

 

 

 

 

 

 

 

 

 

 

 

 

 

   세 부자가 고기국숫집에 깃들었다

   아비는 늙은 노새를 닮았다

   어디서든 권위가 안 설 것 같은,

   머리털이 몽당비자루 같은,

   밑바닥 세월 견뎌가는 듯한,

   왜소한 아비와 함께 온 두 남매가

   쑥부쟁이처럼 고왔다

   아비가 자식들의 그릇에

   말없이 돼지고기 한 점씩 얹어주었다

   나는 소싯적 찌든 아비를 얼마나 부끄러워했는가

   가슴에 아리게 면도날이 서는데

   서럽긴 해도 저들은 덜 아프겠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에 본 여인 / 서지월  (0) 2024.05.09
큰 가시 하나 남기고 / 주경림  (0) 2024.05.09
장수 막걸리 / 김이율  (0) 2024.05.08
안동소주 / 안상학  (0) 2024.05.08
쑥,쑥 / 오현정  (0) 2024.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