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 구이를 먹는다
검푸른 등껍질 밑에서
은백색 뱃살까지 발라먹다가
그 많은 가시들을 다 골라낼 수 없어
잔가시들은 더러 삼키기도 했는데
가시 한 개가 목구멍에 걸렸다
어머니 말씀대로 밥 한 숟가락 담뿍
목이 메어져라 넘겨본다
밥 한 술에 떠밀리어 가시가 넘어간다
나는 밥 한술의 힘을 신봉한다
송곳으로 찌르는 말,
피할 수 없게 달겨드는 운명의 서슬이며
원인을 알 수 없이 욱신거려 오는 편두통도
모두 밥 한 숟가락으로 꿀떡꿀떡 잘도 삼켜 왔다
이제, 큰 일 한 가지 남았는데
그새 내가 억센 가시로 자라 버려
나를 통째로 삼켜버려야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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