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꼬리 흔들며
고양이 세숫대야의 물을 핥는다
붉은 혀끝에서 까르르 출렁출렁 물이 웃는다
투명한 젖꼭지 드러내놓고
그 수작이 뜨거워지는 한 낮,
세수하러 나온 할머니는
막 피어난 제비꽃들과 나란히 잠시
넋을 놓고 보다가 주름 속 숨겨둔 속살이 간지러워
헛기침을 내고야 만다
고양이 후다닥 자리를 뜨고
물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출렁이던 파장 속
얼굴을 지우고 수돗가를 다림질 하던 햇살은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린다
활짝 폈던 할머니 주름을
꼬깃꼬깃 다시 접어 놓고서
참 아쉬운,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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