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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주름 / 박규리

 

 

 

 

 

 

 

 

 

 

 

 

 

 

 

 

 

   제 얼굴 제가 만든다는 말 무엇인가 했는데

   지울 수 없는 사연 건너뛰지 못한 세월

   골골이 주름으로 잡혀 내 얼굴이 되었다

   웃음 하나에 주름 하나 서러움 하나에

   주름 하나,  이렇듯 살가운 사정과 스산한

   과거 내게도 있었는가

   누군가에게 몸 버리고 떠돌던 흔적과

   양미간 깊이 팬 상처

 

   그러나 생각하면 내 주름은 또 다른 누구의

   주름 아니었으리 

   나 때문에 눈물 흘리던 사람이여

   나 때문에 섧게 섧게 속 태우던 사람이여

   내 철없는 욕심과 부질없는 사랑이

   상처 한줄 그을 줄 차마 어찌 알았으랴

 

   언재부터였을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란

   주름과 주름이 섞이는 일이라는 걸

   짐작한 뒤부터 내가 먼저 한 줄 주름으로

   눕게 될까봐  그대에게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깊은 주름으로 쓸쓸히 접히게 될까 봐

   짐짓 딴전이나 피우다 먼데로

   말꼬리 흘린 적 참 많았다

 

 

                   - 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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