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우리나라로 왔는지 모른다
초여름 뙤약볕 아래 황금의 관을 두르고
휘황하게 채색하는 꽃의 영토
너를 보면 햇빛에 찔려 살인 범하는
뫼르소*가 생각나고 너를 보면
이국땅으로 시집간 누이가 생각난다
어찌어찌 도시로 이사 온 지 사십 년 넘어
나날이 쌓이는 게 근심인데
한순간 문득 어디론가 증발하고 싶을 때
나도 헬리콥터처럼 여러 개의 날개 달고
낯선 땅으로 훨훨 떠나갈 수 있을까
가다 가다 문득 발이 닿으면
그곳에 뿌리 내린 후 수십 만 평 들판에
불을 지르는 거야
바람 불 때마다 이리저리 휩쓸려
비를 부르는 거야
* 뫼르소 :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