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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택배를 출항시키다 / ​오희옥

 

 

 

 

 

 

 

 

 

 

 

 

 

 

 

 

 

 

   통영에서 수천 마리의 멸치 떼가 집으로 배달되었다

   종이 박스 모서리를 뚫고 출렁, 마룻바닥으로 쏟아졌다

   멀미가 났을 것이다

   해풍에 이마주름 말리시는 아버지

   유자나무 열매에서도 지독한 비린내가 났다

   내가 질색하며 뱉어버린 바다

   토악질을 해도 늙지 않았다

   해초에 몸을 감는 파도 따라 어망을 던지는 아버지

   유자처럼 얼굴에 곰보자국이 선명했다

   그때, 신음하는 물결

   뜨겁게 할퀴어 찢어지는 파도에

   잘게 부서지는 아버지를 보았다

   목이 늘어진 아버지의 바다가 택배로 배달되었다

   달팽이관 안에서 탁, 탁 그물 터는 소리

   거실 바닥으로 좌르르 쏟아졌다

   종일, 멀미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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