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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경운기는 어떻게 우는가 / 문인수

 

 

 

 

 

 

 

 

 

 

 

 

 

 

 

 

 

 

 

 

 

 

   그 집 할아버지는 평생 농사만 지었다.

   할아버지, 점심때 집에 왔으나

   할머니가 아직 오지 않아 대강 챙겨 자시고

   다시 부지런히 경운기 몰고 밭으로 나갔다.

   할머니, 아랫마을 갔다가 부랴부랴 집에 와 보니

   에고, 이 양반 맹물에 밥 말아

   그냥 밥 떠 넣고 장 떠 넣고 한 눈치.

   할머니 못내 속이 상해서 쯧, 쯧, 평소처럼

   일 거들 요량으로  한참 걸어 밭으로 나갔다.

   할머니, 와락 달려들어 영감! 영감님을 얼싸안아 일으켰으나

   119 구급차가 도착했을 땐 이미

   숨을 거두어 묻은 흙 묻은 손.

   "오늘 아침엔 경운기 시동이 참 잘 걸리네요."

   "그래, 기분이 좋구만."

   별다른 뜻이 없어도 오래 아프게 된 이 말

   송사에 답사. 상가엔 꼭 상복을 입은 이별장면,

   별사가 따로 있다.

   무쇠팔 경운기 모는 소리도 먼 길 소실점처럼

   이랴, 이랴……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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