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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찰나刹那를 가다 2 / 김기산

 

 

 

 

 

 

 

 

 

 

 

 

 

 

 

 

 

 

 

 

 

 

 

 

 

  가도 가도 언제나 그 자리

  마을 뒷산 중턱에 눈 섭이 하얗게 쇤 중이

  가끔씩 보였다

  베랑을 베고 그늘에 기대 잠이 들기도 했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모이고 흩어지는 구름과

  또 바람과 말을 섞는 것도 같았다

  한 번씩 그를 본 사람들은 정신을 놓았다고도 했고

  토굴자리는 찾는 주문이라고도 했다

 

  안 밖으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덧없음의

  그 먼 꼬부랑길을 이어온 옆집 할머니

  삭발염의를 향해 합장을 하고

  연신 골 깊은 샤머니즘의 고개를 숙인다

  할머니의 세속의 무게도 이제 바람 같다

  어느새 풀잎 하얀 홀씨

  힘이 다 바랜 바람이 쓸고 간다

 

  그 중이 보이지 않은 한 참 후에

  그가 생과 사  그 너머를 보는 절 밖의

  화승畵僧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탱화 속은 신화속의 얼굴들은 없고

  언제나 해와 달과 산과 내(川)가 있다

  바로 이곳 현재 내 안에 신이 함께 있다는

  화엄의 세계를 그리는 그에게

  神이 그렇듯 그 너머에 있을 까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면 거기에 다 있다는데,

 

  “찰나를 가는 내 삶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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