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 태아처럼 구부린 어머니는
몸속 고샅길 따라 홀로
우주로 통하는 길을 내고 있었습니다
골목을 지나 혈육을 건너 살 속에 박힌
그녀의 하느님도 점점 키가 줄어들었습니다
헐렁한 환자복 단추 사이 희미한 골짜기로
낯선 향기들이 드나들며 황망히 꽃잎을 뿌리고
한 가닥씩 우주 귀퉁이로 길이 방류되어
달랑거린 단추 끝에 매달린 편두통의 전류도 끊어진 날
나도 가볍게 봉합되고
지상의 목록에서 어머니는 지워지고 해체 되었습니다
새 옷 한 벌 고샅길 따라 날아오르며
뜨거운 문장 한 줄 뚝, 끊어지고
끊어진 문장의 뜨뜻한 체온을 놓지 못해
오늘도
나는 무중력의 천공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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