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각도를 바꿀 때마다 늑골이 아팠다
온몸 구석구석 감추어져 있던
추억 같은 것들이, 슬픔 같은 것들이
눈이 부셨나 보다, 부끄러웠나 보다
잡혀있던 세월의 갈피, 갈피들이
어느 날 불쑥 펼쳐져 마치
버려두고 왔던 아이가 커서 찾아온 것처럼
와락 달려들 때가 있다
문득 돌쩌귀를 들추었을 때
거기 살아 꿈틀거리는 벌레처럼
지나간 모든 것들은 멈춘 것이 아니라
남겨진 그 자리에서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물지 않고 살아있는 생채기로
시린 바람이 지나가듯이 자꾸 옆구리가 걸렸다
기억의 갈피갈피 햇빛이 지나갈 때
남겨진 삶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
- 시집, 나는 누가 살다간 여름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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