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의 거미줄 뽑아서
당신 써 내려가던 날이 있었습니다
오래도록 되새김질을 해도 끊기지 않던
인연의 끈 엮어서 한밤 잠자리 옭아매는
그물을 짜냈지요
오래 뒤척이다 마루에 앉으면
처마 끝 매달아 둔 거미줄에 걸려
몇 마리 날벌레가 식은 별처럼
파르르 떨다 숨결을 끄던 밤,
몸속에서 자를 수 없던 그 가닥들이
작은 단발마의 비명에 툭툭 끊기고
헤진 그물코를 다시 고치며
밤 지새우던 날이 있었습니다
폐가처럼 황량해지는 줄도 모르고
몸 구석구석 거미줄 치던 날들,
뒤돌아 보니 나의 어린 그림자 거미줄에
돌돌 말려서 허우적대는 게 보입니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굳이 말한다면 / 류수인 (0) | 2024.08.06 |
---|---|
쇼윈도 / 권대웅 (0) | 2024.08.06 |
기억의 갈피로 햇빛이 지나갈 때 / 권대웅 (0) | 2024.08.05 |
꽃 /기형도 (0) | 2024.08.05 |
羽化 / 김명인 (0) | 2024.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