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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거미줄로 쓰다 / 길상호

 

 

 

 

 

 

 

 

 

 

 

 

 

 

 

 

 

 

 

 

 

 

 

 

 

 

 

 

 

 

 

  내 속의 거미줄 뽑아서

  당신 써 내려가던 날이 있었습니다

  오래도록 되새김질을 해도 끊기지 않던

  인연의 끈 엮어서 한밤 잠자리 옭아매는

  그물을 짜냈지요

  오래 뒤척이다 마루에 앉으면

  처마 끝 매달아 둔 거미줄에 걸려

  몇 마리 날벌레가 식은 별처럼

  파르르 떨다 숨결을 끄던 밤,

  몸속에서 자를 수 없던 그 가닥들이

  작은 단발마의 비명에 툭툭 끊기고

  헤진 그물코를 다시 고치며

  밤 지새우던 날이 있었습니다

  폐가처럼 황량해지는 줄도 모르고

  몸 구석구석 거미줄 치던 날들,

  뒤돌아 보니 나의 어린 그림자 거미줄에

  돌돌 말려서  허우적대는 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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