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천천히 구름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시골길.
감자밭 감자가 시골 소년의 알통처럼
소리 없이 굵어가고, 명태 꼬리 두어 개
삐죽이 내민 짐 보퉁이를
시골 여인이 머리에 이고 가는 길.
길가 풀섶 둥지에서는 들새가
제 체온으로 데울 만큼의 알을 낳아 따스히 품고 있다.
달콤한 햇볕 아래서 보리앵두는 빨갛게 익어간다.
일부러 해찰을 하듯 날아다니며
나비는 풀꽃마다 꽃가루를 옮기고,
소나기를 머금은 구름은 머얼리서
느리게 천둥소리 피워 올린다.
신발을 벗어버린 내 맨발은 붉은 황토흙이다.
맨발 아래서 질긴 질경이풀처럼
생명 있는 것들이 꿈틀거린다.
내 뜨거운 손을 저무는 해에 얹으면
해 그림자 길게 깔리는 시골길
길 따라 내 삶도 천천히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