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에 가려던 어머니는 잔뜩 풀이 죽었다
열쇠를 어디 두었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은 탓이다
구순이 다 되어도 눈 밝고 기억이 또렷했는데
옛집을 팔아넘긴 뒤부터 갈피를 잡지 못한다
어머니에게는 예전의 그 열쇠가 아니었으므로
열쇠가 바뀐 후 낯선 건 열쇠만이 아니었으므로
어머니는 세상의 문을 여는 방법을 잊고
밖을 나설 때마다
허둥지둥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게다
현관 옆에 못을 박아 열쇠꾸러미를 걸어둔다
어머니는 여전히 옛집의 기억을 버리지 못하고
문앞에만 서면 버릇처럼 더듬거릴 것이므로
신발을 신다가 문득 열쇠를 발견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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