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 먹으러 가는 길 건너편
조그만 커피 전문점 하나 있지
멀리서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어들이던,
아직 문 열고 들어가 본 적 없는,
간판이 짙은 코발트빛이었던가
차양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기억나지 않는,
이름도 모르는,
문득문득 문턱을 넘고 싶은,
슬며시 눈을 감으면 내게로 스며드는,
실내악이 사향고양이 꼬리처럼 낭창거리고 있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길 건너편,
손가락이 긴 바리스타가 제조해 주는
깊고 부드러운 루왁커피에
마른 혀끝 오래 적시고 싶은,
커피 볶는 향이 다탁 사이로 플레어스커트처럼
일렁이고 있을 것만 같은
그 어렴풋한 현(玄)의 세계,
내게서 멀어지지도 더 가까워지지도 않는,
내 마음의 소슬함이 망명 가서 꽂아놓은,
하얀 깃발 하나 혁명처럼 마르고 닳도록
펄럭이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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