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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꽁치구이 / 김기택

 

 

 

 

 

 

 

 

 

 

 

 

 

 

 

 

 

 

 

 

 

 

 

 

   젓가락을 대보기도 전에 불길이 먼저

   부드러운 혀로 구석구석 꽁치 맛을 본다.

   꽁치는 불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위협적으로 입을 벌려 보지만

   불은 아랑곳하지 않고 눈과 입까지 핥는다.

   간지러운 듯 지느러미를 가늘게 떨고

   배를 조금씩 들썩거릴 뿐

   꽁치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붉은 혀에서 침이 흘러나와

   꽁치에 번들번들 윤기가 흐른다.

   게걸스럽게 끓는 침이 사방으로 튄다.

   불길이 다 먹고 남은 꽁치

   혓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꽁치를

   젓가락들이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고 있다.

 

          - 계간 《문학의 오늘》 2019년 겨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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