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의 몸을 벗겨낼 때마다 양파는
우리를 대신 울린다
미끌미끌한 것은 양파의 유머다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는 양파의 자유다
양파는 무수한 칼날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누가 다 파먹었는지 뼈 한 조각도 나오지 않는다
해맑은 표정 속에
수많은 실핏줄을 감추고 사는 양파
몸 어딘가에 자궁을 숨기고
파란 싹을 피워내고 있다
양파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매운 세계가 있다
연애 한번 하자고 몸을 벗겨내다가
속을 알아갈수록 당신은 자꾸 울었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뜨거운 감자 / 이영식 (0) | 2024.10.06 |
---|---|
황태국 / 박수서 (0) | 2024.10.06 |
꽁치구이 / 김기택 (0) | 2024.10.06 |
호박잎 타령 / 권갑하 (0) | 2024.10.06 |
소주 / 최영철 (0) | 2024.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