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룻밤, 아름다운 외박을 꿈꾸거든
수덕사 앞 수덕여관에 들어 보라
절이 여관인 듯 여관이 절인 듯
여관도 절도 다 내 집인 듯도 하여 집도 그립지는 않겠네
숲으로 난 창이 있는 8호실에 누우면
세속인 듯 승속인 듯
내가 숲을 찾아온 게 아니라 숲이 나를 찾아와
나도 본래 숲이었음을 깨닫게 해 줄 것만도 같네
열어놓은 창으로 솔바람이 불어와
내 몸에 숨은 잎들이 일어서기도 하겠고
월담하듯 별들이 창을 넘는 밤이 오면
나도 마음을 넘어 그 많은 별들과 만리장성을 쌓겠네
오늘 밤만은 새 사랑으로
견우 별도 직녀별을 그리워하지는 않겠네
오늘 하룻밤만은 과분하게
직녀별의 사랑을 빼앗는 음탕한 여자가 되어
부끄러워도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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