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삶다 보면 제대로 익는지
젓가락으로 고구마를 쿡쿡 찔러보게 된다
나의 어머니도 열 달 동안 뱃속에서 키워
세상에 내놓은 잎사귀도 덜떨어진 딸년
잘 익고 있는지를 항시 쿡쿡 찔러보곤 하신다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느냐?
차 조심해라 겸손해라 감사해라
고구마 푸른 줄기처럼
휴대폰 밖으로 넝쿨 져 뻗어 나오는 어머니
세상에 사나운 일 벌릴까 봐
40이 넘어도 설익은 딸년 마음과 영혼
병들지 말고 제대로 익으라고 핸드폰 속에서
쿡쿡 찔러보는 어머니
뜨거운 아랫목에서 뒹굴 거리며
알았다고요 귀찮은 듯 대답하는
뜨뜻하게 잘 익어가는 딸년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여 가을입니다 / 김설하 (0) | 2024.10.20 |
---|---|
어머니의 칼 / 김인자 (0) | 2024.10.20 |
수덕여관 / 나혜경 (0) | 2024.10.20 |
해바라기 / 원무현 (0) | 2024.10.20 |
안부만 묻습니다, 나는 여기 없습니다 / 이향아 (0) | 2024.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