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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어머니 김치 / 고운기

 

 

 

 

 

 

 

 

 

 

 

 

 

 

 

 

 

 

 

 

 

 

 

 

  결혼하고서도 내내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김치 가져다 먹었지요.

  요새 젊은 여자들 김치 담가 먹을 사람

  몇이나 되겠나 싶어 의당 그러려니 하며,

  오로지 입맛 당길 반찬이야 김치 하나인데

  다 분가해 살면서도 어머니와 함께 있다는

  기분을 갖는 것 좋은 일이긴 했습니다. 

 

  전라도 고흥 여자 어머니의 김치 맛이야

  달리 말할 필요 없지만,

  들어갈 양념 모자라 실력 발휘 못하던 때 말고는

  김치 하나로 입안 가득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세월의 켜가 쌓이는 만큼 머리는 밝아지지만

  손끝은 무디어지는가요.

  칠순 넘기고 어머니 얼마 전부턴가

  손에 물 묻히기도 힘들어하시더니,

  상에 오른 김치 먹다. 당신이 만들었어,

  눈 흘기며 마누리 쳐다보는데,

  어머니 입맛이 예전 같지 않아요.

  대답에 나는 울컥 속으로 눈물 삼키고 말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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