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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우리의 과도기 / 지남준

 

 

 

 

 

 

 

 

 

 

 

 

 

 

 

 

 

 

 

 

 

 

 

 

 

 


 

  마음을 달래려 바다로 향했다

  부서지는 파도가 반갑게 밀려온다

  달콤함을 머금은 짭조름한 해풍은 과거의

  향수를 조향하고 있다

 

  좋았던 과거는 추억으로

  나머지 과거는 경험으로

  너에게 나는 어떤 과거의 향이었을까?

  나에겐 아직 어지러운 향이다

 

  아무렴 괜찮다

  오늘은 어제와 내일의 파도가 다르듯

  항상 내 생각과 같을 순 없기에

 

  아무튼 괜찮다

  가슴속 피어오르는 뭉글거림도

  잠시란 걸 알기에

 

  어쩌면 괜찮다

  과거의 향수가 깊게 베인 마음은

  편린이자 역린인 것을 알기에

 

  괜찮다 오늘은

  파도가 열심히 부서져 주기에

  해풍이 나의 눈을 스쳐가기에

  이 배경에 우리가 없기에

 

  집에 돌아와

  렌즈를 버리고 안경을 썼다

  셔츠를 벗고 츄리닝을 입었다

  소파에 누워 영화를 봤다

  열린 결말의 영화가 이 집의 한구석을 어질러놨다

  길었던 하루가 지나고 있다 확신

 

  내가 건너려는 횡단보도 신호등은

  항상 깜빡거려요

  건널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에 항상

  빨간 불로 바뀌어서 기다려요

  그날도 그다음 날도 나는 기다려요

 

  비가 세차게 내리던 어느 날

  우산 없는 나를 위해  뛰어오는 그대를 봤어요

 

  나도 이젠 기다리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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